"이와 같이 개인의 욕망 구조를 바꾸지 않는 한 한국사회의 구조를 바꾸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말한다. 단번의 인간 개조가 아니라, 1밀리미터라도 조금씩 윤리적으로 나아가려는 노력을 하되 개인의 욕망에서 자유롭지 않은 자신의 처지와 판단을 객관적으로 인식하고 홀딩하면서 가려는 자세가 모이고 모여 종국에 공동체의 큰 변화가 온다는 것이다. 지금 한국사회는 돈, 성공, 학벌이란 몇 개 안되는 욕망만 작동하고 있다. 지금 정치가 해야 할 일은 훨씬 다양한 욕망의 대안을 제시하는 것이어야 한다.
공동체의 욕망은 방향을 제시하는데 공동체는 항공모함급의 큰 배와 같아서 쉽게 방향을 바꾸지 못한다. 배는 우리가 사는 사회의 구조를 의미한다. 구조는 바뀌는데 시간이 걸리지만, 반면 그 안에 사는 각각의 개인은 즉각적 욕망의 충족을 원하고 나름의 방식으로 노력한다. ‘내로남불’이란 21세기 신조어 고사성어는 바로 이 시차 속에서 등장하는 것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자연스러운 욕망 실현 행위는 불가피한 개인의 선택이나, 결국 변화의 가능성을 말소하는 행위다. 나만 구조 바깥으로 나가서 욕망을 구현하며 구조를 향해 규탄의 언어를 내뱉어 봐야 피로감만 늘어난다고 저자는 적절한 비판을 한다. 안타깝지만 개인의 이기적 선택이 모순된 체제의 존속에 이바지하는 것이다. 이제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전면적 개혁이 아니라 이런 두 가지 모순된 갈등과 충돌의 존재를 직면하자는 것이다. 최소한 말이다. 그것이 먼저 존재해야 사적 이익과 공적 대의 사이의 충돌의 크기를 최소화하는 궁리와 노력이 비로소 싹트기 때문이다."
박선영 전 한국일보 기자의 『1밀리미터의 희망이라도』 서평이다. 박선영 기자는 2년 전 <따뜻한 개천으로 내려오든가>라는 명칼럼으로 '조국 사태'에 대한 뛰어난 선견지명을 보여준 바 있다.
“모두가 용이 될 수 없으며, 또한 그럴 필요도 없다. 더 중요한 것은 용이 되어 구름 위로 날아오르지 않아도, 개천에서 붕어, 개구리, 가재로 살아도 행복한 세상을 만드는 것이다. 하늘의 구름 쳐다보며 출혈경쟁 하지 말고 예쁘고 따뜻한 개천 만드는 데 힘을 쏟자!” 몇 해 전 트위터에서 화제가 됐던 어느 유명인사의 문장들이다. 그의 말마따나 모두가 용이 될 수는 없다. 그러나 아직 모두가 용이 될 필요가 없는 사회는 도래하지 않았다. 너희들은 올라오지 말라는 사다리 걷어차기가 아니라면, 개천용을 더 이상 꿈꾸지 말라는 말을 아직은 할 때가 아니라는 말이다. 정히 그 말을 하고 싶다면, 당신들이 먼저 아이들 손 꼭 잡고 개천으로 내려오라. 아직은 개천이 따뜻하지 않아 올 수 없다면, 그 입 다물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