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때 80~90년대 근육질 스타였던 스탤론과 슈왈제네거의 명맥을 이을 것만 같았던 제라드 버틀러는 그저 그런 영화에 출연하면서 그 인기를 드웨인 존슨이나 빈 디젤에 넘겨주고 말았죠. 그런데 폴른 시리즈의 출연과 함께 <헌터킬러>에서의 그의 행보를 보면 범상치 않습니다. 영화들이 하나 같이 예상 가능한 범위 내의 이야기에다 지금은 사라진 스타일의 전쟁 혹은 액션이었다는 점도 동일합니다. 그런데 제가 나이 들어서인지 이 영화들이 재밌었습니다. 심지어 이번 <엔젤해즈폴른>은 시나리오가 정말 뻔하디 뻔해서 하품이 나올 지경인데 심심풀이로 재밌었습니다.
이제 세번째 시리즈가 되는 <엔젤해즈폴른>이 이전의 제이슨 본이나 람보가 되지 못한다는 증거는 충분히 찾을 수 있습니다. 이 시리즈를 모두 본 관객들조차 주인공의 이름을 정확히 기억하지 못한다는 것이죠. 바로 제가 그렇습니다. 앞선 1,2편 모두 나쁘지 않게 보았지만 이번 3편을 보며 다시금 마이크 배닝이란 주인공 이름을 되뇌었네요. 이단 헌트나 제이슨 본처럼 캐릭터가 확실하다면 더 인기가 있을텐데 영화 제목이 우선으로 기억되는 영화 특성 상 캐릭터가 종속된다고나 할까요. 그래서 캐릭터의 매력도 부실한 편이고 특징도 적습니다. 하다 못해 잭 라이언도 기억하는 제게 마이크 배닝은 참 아쉬운 캐릭터네요.
영화 시작과 함께 빌런이 누가 될지 너무도 뻔히 보이는 시나리오의 부실함은 충분히 눈감아줄 수 있습니다. 누명을 쓰고 쫓기는 주인공의 모습은 <도망자>의 액션 버전처럼 보이는데 도망가고 누명도 벗고 대통령도 구해야 하는 제라드 버틀러의 고군분투는 충분히 90년대 액션영화를 떠올리는 향수로 작용하더군요. 그래요, 제가 딱 이 영화에 바라던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닌 적절한 수준의 완성도와 볼거리를 제공합니다. 시리즈가 거듭될수록 제작비가 줄어든다는 느낌도 영화를 본 후 감지할 수 있을 정도인데 그래도 효율적으로 사용했다고 느껴지네요.
답답한 FBI와 막강한 빌런의 이해되지 않는 일부 행동들도 있지만 모든 과정이 톱니바퀴처럼 예상대로 흘러가는 가운데 몇몇 쾌감을 느끼게 해주는 장면도 등장하고 닉 놀테 같은 노익장을 과시하는 배우의 모습도 짠합니다. 혹시라도 극장에서 외면을 받더라도 부가시장에서 엄청난 사랑을 받을 것이 뻔한 이 작품이 부디 성공하여 시리즈가 이어지거나 비슷한 부류의 영화들이 꾸준히 나와줬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근래 액션 영화들은 너무 시시하기도 하고 사건의 규모만 키운채 실제 싸움은 허무한 경우가 많아서 이렇게 미대통령을 테러하는 화끈한 전쟁다운 전쟁이 그리운 요즘입니다. 너무 뻔해서 한심한 영화도 되겠지만 너무 기대한만큼 딱 나와서 애정이 듬뿍 생기네요.
별점 7.5...이전 시리즈 안보셨다면 굳이 추천드리지 않습니다. 1,2편이 만족스러우셨다면 이번 3편도 좋지 않을까 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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